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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칼럼 또 찬송가를 새로 만들겠다고?

한국교회 성도들 피해만 가중, 돈벌이 이권 누가 조장하나

2014-05-09 10:33:58 [trac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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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인뉴스 기자

찬송가를 새로 만들 때마다 진통이 생긴다. 여러 가지 신학적인 이유를 대면서 논란이 생기지만 사실 그 중심에 돈 문제가 끼어 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이 누굴까? 책을 2만권만 팔아도 순익 분기점을 훌쩍 넘기고도 남는데 찬송가의 경우 2만권이 아니라 수백만 권을 판매할 수 있으니 시장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사실 기독교인이라면 성경과 찬송을 필수적으로 사기 마련이다. 가족에 한 권씩이 아니라 개인이 한 권씩 산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한 사람이 한 권이 아닌 여러 권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나 역시 여러 권의 성경과 찬송을 가지고 있고. 이런 상황이다 보니 찬송가 시장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고 이익을 앞에 둔 채 다투는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찬송가 대신 ‘21세기 찬송가’가 만들어졌고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섬기고 있는 예수비전교회도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 찬송가’에 문제가 많으니 새로 찬송가를 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이 ‘한국교회 찬송가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21세기 찬송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찬송가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되고 있는 ‘21세기 찬송가’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로 545곡의 수록 곡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인 작사-작곡자의 곡인데 일부가 정치적 배려나 (재)한국찬송가공회 회원 간 친분을 앞세워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21세기 찬송가’가 매년 지불해야 하는 8억 원 이상의 저작권료, 민형사상 소송, 불필요한 가사 수정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출판이 힘든 지경에까지 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그런 지적을 왜 이제 하면서 찬송가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가이다. 이미 많은 한국 교회들이 ‘21세기 찬송가’를 채택했으며 많은 성도들이 돈을 들여 ‘21세기 찬송가’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는 현 시점에 다시 찬송가를 만든다면 새로운 찬송가를 구입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지 않겠는가? 많은 한국 교회에 ‘21세기 찬송가’가 확산되기 전에 빨리 연구하고 발표한 후 일을 추진했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사실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21세기 찬송가’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이전 찬송가의 경우 몇 장에 어떤 찬송가가 있는지, 그 가사는 어떤지 거의 암송하고 있었는데 ‘21세기 찬송가’로 바뀌면서 전부 다 새로 외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정된 가사의 경우 도대체 왜 바꿨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개정을 위한 개정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적으로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대체적인 흐름에 맞추려는 의도 때문이다. 돌발 상황이 있어서 성도들이 본인이 섬기는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릴 경우에도 가지고 있는 찬송가로 자연스럽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새로운 찬송가를 만들겠다니 개인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찬송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교회연합이나 기존의 기득권을 고수하면서 이익만 추구하는 것 같은 (재)한국찬송가공회의 모습은 둘 다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특정 단체의 봉 노릇을 해야 하겠는가? 진정성을 인정받고 어떤 일을 벌이든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교계 단체가 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 돈 때문에 균열이 생기고 어그러지는 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안희환 목사(국제인터넷선교회 대표, 예수비전교회 담임, 기독교싱크탱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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